최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날아온 한국인 기러기 가족의 비극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2년 뉴질랜드에 장기사업비자로 입국헸던 세 모녀가 최근 영주권 발급 지연과 생활고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4일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장례절차를 밟기 위해 뉴질랜드를 방문한 기러기 아빠마저 지난 9일 가족을 잃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같은 형태의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비보는 기러기 가족이라는 기본이 무시된 가족형태에서 촉발된 극단적 최후다. ‘극단적 최후가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겠지 라고 치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본인은 아닐 수 있지만 범 한인사회에서 주변의 이 같은 가족형태를 목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드니를 보더라도 무수한 기러기 가족들이 살고 있다. 높아진 소득수준을 바탕으로 뜨거운 자녀 교육열과 조기유학을 통해 보다 나은 곳에서 공부시키려는 부모의 바람이 연계돼 기러기 가족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자녀를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다 저명한 교육을 받기 위해 생이별을 감당하는 부모의 의지를 잘못됐다고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힘든 기러기 가족 생활이기에 부작용도 널리 알려져 있다. 두 나라에 두 가족 살림을 하다 보니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떨어져 있는 만큼 가족 및 부부간의 유대도 느슨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저렴한 가격으로 화상통화까지 하는 시대가 됐지만 문명의 이기도 마음의 빈자리까지 채워주지는 못한다. 이로 인해, 크라이스트 처치의 가족처럼 자살이라는 끔찍한 결말은 아니더라도 외도나 불화로 이어져 가정 파괴의 지경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크라이스트 처치 기러기 가족의 비극은 현대의 수많은 가족들이 기본을 잃는 고통 속에서 뛰어난 후세양성이라는 목적을 위한 이익집단으로의 변모조차 못한 체 파괴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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